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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뉴스] 차장님이 내 SNS 팔로, 갑질일까 아닐까…MZ세대의 생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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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로고스 |
작성일 | 21-03-08 08:03 |
부장님이 회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좋아요’를 누르라고 한다. 과장님이 대형 프로젝트를 끝냈으니 저녁때 한잔만 하자고 한다. 차장님이 갑자기 내 개인 SNS를 팔로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을 직장문화다. 그러나 지금 20, 30대 ‘MZ세대’ 직장인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참다못해 회사와 상사를 갑질로 신고한 후배 직장인도 많다. 최근 1년 6개월 동안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은 8267건. 저연차 직원들이 “성과급이 너무 적다”며 성토하자 대표가 직접 설명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젊은 직장인이 생각하는 직장 갑질은 무엇이고, 기성세대와 어떻게 다르게 보는지 살펴봤다.
직장 괴롭힘 논란으로 번지는 직장내 세대갈등
서울의 한 중견기업 홍보팀 직원인 김진수(가명·30) 씨는 최근 팀장으로부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회사 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회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라는 것. 개인 SNS 계정에 회사 관련 게시물을 올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김 씨는 이런 지시들이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팀장은 “퇴근하고 일을 하라는 것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회사 윗사람들이 개인 SNS가 업무와 분리된 개인 공간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며 “결국 내 원래 계정 외에 별도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회사 홍보물을 올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 세대별 시각차 큰 ‘직장 괴롭힘’
올해 서른 살인 김 씨는 이른바 ‘MZ세대’에 해당된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아우르는 단어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사생활을 중시하고 공정성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들이 회사의 주력이 되면서 직장 내 갈등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는 업무상 필요한 일로 간주되던 것들을 ‘직장 내 갑질’이라고 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런 문제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 법적 해결은 한계…세대 간 소통 필수
MZ세대가 문제라고 보는 직장 내 괴롭힘은 상당수 개인 간의 갈등과 괴롭힘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법적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국한하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문제로 보는 SNS 팔로, 저녁 회식 등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더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후 폭언·폭행과 같은 명백한 갑질은 줄었지만, 갈등과 괴롭힘의 경계에 있는 미묘한 괴롭힘 제보가 2∼3배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방치했다가는 갈등이 직장 갑질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마냥 덮어둬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세대 간의 활발한 소통이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조직에 무조건 충성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이나 가치에 따라 이직을 자주 하는 세대”라며 “이 세대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문법에 맞춰가야 기업들도 이들과 함께 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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